불쾌했던 어느 연주회
"형제들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너희가 함께 모일 때에 너희 각자에게 시도 있고 교리도 있으며 방언도 있고 계시도 있으며 통역도 있으니 모든 것을 세우기 위하여 하라." (고전 14:26)
지난 해 여름, 여성 오케스트라단이 주관하는 작은 음악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악기를 위주로 귀에 익숙한 음악이 연주되었고 후반부에는 전자 바이올린과의 협연과 독주가 이어졌다. 전자 바이올린이 연주되자 전자음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는 연주 내내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이제까지의 잔잔한 감동과 평안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반면 그때까지 좀 지루해 하던 관객들은 연주가 끝나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필자는 도저히 박수를 칠 수가 없었다. 짧은 소견으로 그들의 연주를 평하려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낼 것을 기대했는데 여러 명의 연주를 합한 것보다 배나 더 큰 전자음에 단원들의 연주가 묻혀 버렸고 전자 바이올린의 독무대가 되어 몹시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소음에 불과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님의 교회는 여러 지체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에게는 주님께서 주신 은사가 있다. 지체들이 그 은사들을 조화롭게 사용할 때 아름다운 지역 교회가 될 수 있다. 다른 성도에 대한 예의나 배려, 세워줌이 없고 자신만을 드러낸다면 그를 통해서는 주님이 드러나실 수 없고 교회가 유익을 얻을 수도 없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는 우리 자신을 드러내라고 주신 것이 아니다. 각 지역 교회가 세움을 받도록 주신 것이다. 교회가 우리의 은사로 유익을 얻으려면 주님께 받은 그 소중한 은사를 겸손하게 사용해야 한다.
영적인 은사들을 열망한 이상 교회를 세우는 데 풍성하기를 구하라(고전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