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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관한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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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4년 12월호>
인류가 계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올라가려는 목적에서였을 것이다. 처음부터 땅을 파내려 가면서 계단을 지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지혜를 발휘하다 보니 지하로 내려가는 일에도 계단이 유용함을 알게 되었으리라. 계단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다.계단은 사람이 오르내리기 위해 건물이나 비탈에 만든 층층대로서, 발 딛는 곳을 “디딤판”이라고 부른다.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는 디딤판 덕분에 발바닥을 평지처럼 아래 방향으로 향하여 그나마 힘을 덜 들이고 올라갈 수 있다. 관청에서 산비탈에 통나무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산을 보다 수월하게 오르게 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미끄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계단이 길면 중간에 “계단참”이라는 것을 만든다. 계단 중간에 있는 조금 넓은 곳으로, “층계참”이라고도 부르는데, 도심에서는 걸인들이 구걸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데가 있다. 계단에는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르는 일이 힘들 때 손으로 잡고 오르기도 하지만, 계단 옆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어서 의무적으로 만든다. 난간에 대해서는 비록 계단용 난간은 아니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건축법상 난간 설치를 의무화하셨다. 『네가 새 집을 지을 때에 너는 네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서 만일 어떤 사람이 거기서 떨어져도 네 집 위에 피를 가져오지 않게 하라』(신 22:8). 땅에 피가 흘려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집에서 피흘림을 방지하기 위해 난간 설치를 명령하셨다.
계단 역시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난간을 설치해야 한다.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은 계단이 집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했다. 계단은 집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나 위험천만한 장소이며, 계단이란 것이 정확히 얼마나 위험한지를 아는 사람은 전혀 없다시피 한다고 했다. 책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2002년 한 해에만 무려 306,166명의 영국인이 계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의료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은 발을 헛디뎌서 다칠 수 있는 곳으로, 발목이 다칠 경우에는 삐거나 인대가 파열될 수 있으며, 내려가다 주저앉을 경우엔 꼬리뼈가 손상될 수 있고, 넘어져 굴렀을 경우에는 안면 찰과상이나 팔, 다리, 갈비뼈 등이 골절될 수 있다. 난간을 붙잡고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단 중에 가장 위험한 계단을 들라면 단연 “철제 계단”이다. 철제 계단은 대부분 디딤판과 디딤판 사이의 간격이 커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만들기 싫은 것을 억지로 만든 듯한 모습이다. 디딤판 사이의 공간이 확 트여서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기에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를수록 위험도가 높아지고, “텅, 텅 ~” 울림소리를 들으면서 판들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마저 인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된 건물의 녹슨 철제 계단일수록 심하다. 이와 같이 불안정하기에, 철제 계단을 다른 어떤 계단보다도 살금살금 조심스레 이용하게 된다.
계단은 그것을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수명이 1초씩 늘어난다고 할 정도로 건강에 유익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계단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곳이다.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노인들이 그러한데,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역을 이용해 보면 특히 할머니 두세 명이 약속이나 한 듯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인상을 쓰면서 “게걸음”으로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은 누가 계단이 건강에 좋다고 했느냐고 항의하는 듯하다.
성경에서 계단이 최초로 언급된 곳은 “출애굽기 20:26”이다. 『또한 너는 계단으로 내 제단에 올라가지 말지니 이는 네 벌거벗음이 그 위에서 드러나지 않게 함이니라.』 육신을 싫어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정식으로 성막을 세우고 제사를 드릴 때 입을 “속옷”(출 39:28)을 규정해 주시기까지는 제단에 계단으로 올라가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계단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이기에 출애굽 당시의 의복을 입고서 오를 경우 불결한 육신이 비칠 것을 우려하신 것이다.
계단은 솔로몬 성전에서도 발견되며, 특이하게도 나선형 계단(winding stairs)이다. 『전의 오른편에 중간층 방의 문이 있어, 사람들이 나선형의 계단으로 중간층 방으로 올라가고 또 중간층에서 삼층으로 올라가더라』(왕상 6:8). 성전의 나선형 계단은 성전 내부에서 공간을 덜 차지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현대 건축에서도 일반적인 계단보다 적은 면적을 차지하기에 탁 트인 공간감과 공간 활용을 위해서 디자인되는 것이 나선형 계단이다.
계단은 주의 이름에 관한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서 그의 지혜를 시험해 보려고 찾아온 시바 여왕을 놀라게 한 것 중의 하나이다. 『그의 식탁의 음식과 신하들이 앉은 것과 그의 관료들이 도열한 것과 그들의 의상과 그의 잔 받쳐든 자들과 솔로몬이 주의 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자, 그녀 안에 더 이상 정신이 없는지라』(왕상 10:5). 솔로몬은 주의 전으로 올라가기 위해 자신의 궁전에서 성전에 이르는 계단을 만들었는데, 그 만듦새가 너무도 정교하고 놀라워서 시바 여왕으로 하여금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주의 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시바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실제로 감각할 수 있는 증거로서 작용했다. 이러한 솔로몬에겐 가장 좋은 금으로 입힌, 상아로 된 큰 보좌가 있었는데, 그 보좌에 앉기 위해서는 열두 사자가 여섯 마리씩 좌우에 도열한 “여섯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 보좌에는 여섯 계단이 있고 보좌 머리는 뒤로 둥글며, 앉은 자리 양편에는 팔걸이가 있고 팔걸이 곁에는 두 사자가 섰더라. 열두 사자가 여섯 계단 이편과 저편에 섰으니 어느 왕국에도 그같이 만든 것이 없더라』(왕상 10:19,20). 솔로몬이 보좌에 앉기 위해 올라가야 했던 “여섯 계단”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여섯 사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짐승의 숫자인 “666”(계 13:18)을 보여 준다. 같은 장 14절에서도 『일 년 동안 솔로몬에게 들어온 금의 무게가 금 육백육십육 달란트』라고 되어 있으니, 하나님께로부터 돌이켜서 우상의 길을 택한 솔로몬은 그야말로 적그리스도의 예표가 된 것이다.
계단은 성경의 다른 곳에서도 언급되지만(왕하 9:13, 대하 9:4,18,19, 느 3:15; 9:4; 12:37, 겔 40:6,22,26,31,34,37,49),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싶은 계단은 사도 바울이 섰던 계단이다. 『바울이 계단에 다다르자 무리의 폭력 때문에 병사들이 그를 떠메게 되었으니』(행 21:35). 『바울이 계단 위에 서서 백성에게 손짓하니 아주 조용해진지라. 그가 히브리어로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기를』(행 21:40). 유대인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던(행 21:31) 바울은 로마 군사들의 병영 안으로 이끌려 들어갈 때 군대 사령관의 허락을 받아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부형 여러분, 이제 내가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나의 해명을 들으라』(행 22:1). 이때 바울은 “계단 위에 서서” 주님을 증거했다. 무리에게 죽도록 얻어맞은 탓에 극심한 통증을 견디면서 증거했다. 그 시간 유대인들의 시선은 계단 위에 서 있는 “한 사람” 바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그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들어야 했다(행 22:2).
계단은 복음을 전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곳에 앉아 쉬는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고, 바울처럼 “계단 위에 서서”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칠 수 있다. 계단은 “보다 높은 곳”에 이르는 길이다. 계단이 보이거든 그곳에 올라서서 “복음”을 외쳐 보라. 그 순간 당신은 하나님께 “높임을 받은” 사람이 될 것이다. 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