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논단 분류
“보존”된 구약성경 마소라 원문
컨텐츠 정보
- 697 조회
-
목록
본문
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3년 09월호>
장준익 / 킹제임스성경신학교 강사성경 보존을 언급하고자 할 때, 보존에 앞서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는 “성경의 영감성”이다. 성경이 영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면, 성경이라 불릴 이유도 없고, 보존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또한 영감으로 기록되지도 않은 것을 믿고 따를 이유도 없다.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성경이 영감으로 기록되고 섭리로 보존되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 성경을 영감으로 기록하셨다는 것은 성경을 보존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이다. 보존하시지도 않을 것을 영감으로 기록하게 하실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원본”에 영감이 주어졌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보존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믿는 체하나,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시켜 줄 그 원본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섭리적으로 구약성경을 보존하셨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히브리어 구약성경은 모세와 선지자들처럼 하나님께서 선정하신 여러 사람들이 영감을 받아 기록하였으며, 이렇게 기록된 계시의 말씀을 보존하는 의무는 제사장들에게 위임되었다. 『모세가 이 율법의 말씀들을 완성하여 그것들을 한 책에 기록하기를 마쳤을 때 모세가 주의 언약궤를 메는 레위인들에게 명령하여 말하기를 “이 율법의 책을 가져다가 주 너희 하나님의 언약궤 옆에 두어 그것으로 너희에 대한 증거로 거기에 있게 하라』(신 31:24-26).
모세의 율법뿐만 아니라 시편도 역시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보존하였는데, 모세오경과 상응하게 시편을 다섯 권으로 분리한 사람들은 제사장들이었다. 다윗, 헤만, 아삽, 에단과 같은 사람들은 단순히 노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영감받은 사람들이었고, 시편 중 일부가 그들에 의해 기록되었다. 성경에는 솔로몬이 성전을 헌납할 때(대하 7:6), 요아스의 즉위식 때(대하 23:18), 히스키야왕이 성전을 깨끗하게 하였을 때(대하 29:30) 시편들을 노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또한 하나님께 찬양드리는 것은 레위인들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대상 6:32-48).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도 제사장들이 구약성경의 보존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다의 선한 왕들이었던 아사, 여호사밧, 히스키야, 요시야 등이 이루었던 영적 부흥의 시기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존중되고 백성들에게 가르쳐지기도 하였으나, 다른 왕들의 통치 기간은 하나님의 말씀이 무시되고 오히려 다른 우상들을 섬기는 일들이 반복되는 영적 암흑기였다. 그때 제사장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보존하고 가르치는 하나님의 일을 거의 전적으로 배척했는데, 이것은 아사왕 때 아사랴에게 임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은 참 하나님도 없이, 가르치는 제사장도 없이, 율법도 없이 지내 왔느니라』(대하 15:3). 또 요시야왕이 성전의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게 했을 때 대제사장 힐키야가 성전에서 율법책을 발견하여 서기관 사판에게 전달했는데, 사판이 율법책의 말씀을 요시야왕에게 읽어 주자, 요시야왕이 그 말씀을 듣고 옷을 찢는다(왕하 22:11). 이것은 악한 왕들의 시기에는 제사장들의 성경 보존 임무가 소홀히 되기도 했음을 보여 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선정하신 신실한 사람들을 통하여 그 말씀들을 보존하셨다.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잡혀갈 때에도 다니엘과 에스겔 등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이 그때까지 기록되었던 모든 구약성경의 필사본들을 가지고 갔던 것이다.
다니엘과 에스겔 이후에 유대인들이 바빌론 포로에서 돌아왔을 때, 제사장 에스라가 율법을 예루살렘에서 다시 가르쳤다. 에스라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사람이었다. 『에스라가 주의 율법을 찾고 그것을 행하고 규례들과 명령들을 이스라엘에게 가르칠 것을 마음으로 준비하였더라』(스 7:10). 에스라가 찾고 가르친 하나님의 말씀은 그 후에도 온전히 보존되었다.
성경의 기록과 그 전수 과정과 보존에 관하여 그 진실성이나 정통성을 고려할 때 각별히 유의할 점은 성경의 기록과 보존의 역할이 유대인들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유대인들에게 맡겨졌다고 말씀한다(롬 3:2).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북아프리카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유래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역사적 사실과 성경적 믿음을 통해 판단한다면 히브리어 구약성경이 어떤 방식으로 보존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데,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게 예루살렘이 멸망한 A.D. 70년 이전에는 창세기부터 말라키까지의 올바른 구약성경이 레위인들의 손길에 의해 유대에서 가장 신실하게 보존되었던 것이다(말 2:7).
성전이 파괴된 A.D. 70년 이후에는 구약성경이 유대를 벗어나 모슬렘들의 아라비아에서 보존되었다가 유럽으로 전수되었고, 이슬람교도들이 스페인을 침공한 이후에는 모세 벤 나흐만(Moses Ben Nachman)과 같은 성경대로 믿는 유대인들이 신실하게 보존했다. 그러므로 히브리어 구약성경은 스페인과 지브롤터를 경유하여 모슬렘과 유대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수되었던 것이다.
모어(G.F. Moore, 1927)에 따르면 초기의 유대인 서기관들은 “타나임”(교사들)이라고 불렸는데, 이들은 구약성경을 매우 정확하게 필사했고, 랍비들의 토론 내용을 담은 “미쉬나”를 기록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은 “아모라임”(해설자들)이라고 불리는 다른 그룹의 서기관들에게 전수되었으며, 구약의 필사자들로서 서기관들의 일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탈무드”를 만들었는데, 이 탈무드는 미쉬나에 관한 주석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나름대로 역할을 담당했지만, 이후에 나타난 야곱 벤 하임(Jacob Ben Hayyim)의 원문이나 키메네스(Ximenes)의 <콤플루텐시안 폴리글롯>(Complutensian Polyglot)에 기록된 히브리어 원문이 더 신뢰할 만한 원문이다.
아모라임 이후에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지킨 사람들은 6세기의 전통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마소라 학자들”(Masoretes)이라고 불리는데, 이들에게서 히브리어 마소라 원문이 형성되었고, 마소라 학자들은 구약 원문을 온전히 전수했다. 이들은 필사상의 오류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책에 나오는 히브리어 알파벳의 개수를 일일이 세는 것과 같은 안전장치들을 사용했다. 이러한 마소라 전승은 바빌론 전승, 티베리아 전승, 팔레스타인 전승의 세 부류로 나뉘며, 크게는 바빌론 전승과 티베리아 전승으로 나누기도 한다. 바빌론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활동한 학자들은 바빌론 마소라 학자들, 또는 동방 마소라 학자들이라 불리고, 티베리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활동한 학자들을 티베리아 마소라 학자들, 또는 서방 마소라 학자들이라고 부른다. 이들 중 티베리아 학자들에 의해 올바른 원문의 보존이 이루어졌다.
티베리아 전승은 두 가문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벤 납달리” 가문이고, 다른 하나는 “벤 아세르” 가문이다. 이 두 가문 중 벤 아세르 가문이 더 올바른 원문을 전수했으며, 그 대표적인 인물이 “모세 벤 아세르”이다. A.D. 895년에 출간된 모세 벤 아세르의 히브리어 마소라 원문이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에 의해 수용된 원문이다. 모세 벤 아세르의 마소라 원문은 그가 직접 본문을 기록하고, 모음 기호도 제시했다. 이 원문이 현재 코덱스 카이렌시스(Codex Cairensis)라고 불린다.
“전통 원문”이라고도 불리는 마소라 원문(the Masoretic Text)이 인쇄되어 출간된 것은 15세기 말이었다. 처음 인쇄된 것은 1477년으로 시편만 출간되었고, 1488년에 전체 구약성경이 처음으로 인쇄되었다. 이어서 1491년에 두 번째 판이, 1494년에 세 번째 판이 각각 출간되었다. 이 판본들은 모두 다 보존된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담고 있으며, <콤플루텐시안 폴리글롯>에도 사용되었다. 또한 이 본문이 “야곱 벤 하임”의 마소라 원문의 근거가 되었다. 야곱 벤 하임의 원문은 1524-1525년 베니스의 다니엘 봄베르크가 출판하였으며, 그의 이름을 따라 봄베르기아나(Bombergiana)로 불린다.
위와 같이 모세 벤 아세르의 원문과 키메네스가 편집한 <콤플루텐시안 폴리글롯>의 히브리어 원문, 그리고 야곱 벤 하임의 원문이 올바른 구약성경의 맥을 잇는 원문들이다. 특히 1494년의 세 번째 판이 마틴 루터가 구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데 사용한 원문이 되었고, 1611년판 <킹제임스성경>의 번역자들도 동일한 구약 원문을 사용했다. 그리고 1994년 바로 이 <킹제임스성경>으로부터 <한글킹제임스성경>이 번역, 출간됨으로써 우리 민족도 보존된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게 되었다. 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