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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총장과 김준곤 목사의 정치 참여 : "오십보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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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08년 07월호>
한영 신학대학교 대강당에서는 5월 31일에 "한국 교회와 정치 참여"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 날의 포럼은 한국복음주의신학대학협의회 주최, 한영신학대학교와 한국기독교신문협회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이 포럼의 주제 발표는 손봉호 동덕여자대학교 총장과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가 맡았다.손봉호 총장은 "한국의 기독교적 정치"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했는데, 그는 한국에서 기독교의 정치 참여에 대해 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준곤 목사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 정당"이라는 제목으로 이와는 좀 대조적인 내용의 주제 발표를 했는데, 그는 기독교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지간한 연령 이상이 된 일반인들에게 정치라는 주제는 인생에 있어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며, 이것을 반영하듯이 매일 TV의 뉴스와 신문기사는 온통 정치 이야기들로 그득하다. 사람들이 이처럼 정치에 푹 빠져 있어 저마다의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인간관계를 무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웬만해서는 종교적인 이슈나 정치적인 이슈를 거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이런 예민한 문제 두 가지가 함께 겹친 사례로서, 그동안 여러 목사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력도 형성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한편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해내는 사람들이라고 추앙받았는가 하면, 또 다른편에서는 온통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욕먹게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런 예민한 문제에 대해 교계의 거물급 인사들인 손봉호 총장과 김준곤 목사가 서로 대조적인 입장을 밝힘으로써 그 포럼이 가치있는 자리가 되었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상 그들의 입장은 서로 "오십보백보"였다.
이번 포럼에서 손봉호 총장의 주제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원칙적으로 기독교 정당에 반대하지 않지만 아직은 시기 상조다.
2. 연고주의와 금권주의가 만연한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원칙과 이상을 내세우는 기독교 정당의 집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상만 추구하다 오히려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3. 고상한 이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4. 일반 대중은 감정적이고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며, 철저히 이기적이고 완벽하게 도덕적이지도 못하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더욱 비도덕적이고 객관성을 상실하는데, 정치는 그들의 판단에 상당할 정도로 의존해야 하므로 타협이 불가피하다.
5.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원칙에 입각해서 정치를 해야 하지만, 민주주의에서는 완벽하지 않고 이기적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정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상호 모순적이어서 결과적으로는 정의롭고 동시에 다수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
6. 기독교 정치의 성공 여부는 정치인의 능력과 국민의 도덕적 성숙도에 따라 결정된다.
7.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우리 나라 역시 기독교 정치는 아직도 매우 어렵다.
8. 한국은 다종교 사회이고, 정치가 거의 대부분의 집단 이기주의의 영향을 받으므로, 기독교인이 정치 활동을 하면 다른 종교가 그 동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9. 한국의 기독교 정치 참여는 권력의 견제와 대안 제시를 할 수 있으면서도 비도덕적 행위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시민운동의 방법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10. 기존 정당에서 활동하는 기독교인들이 연합체를 이루어서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상호 응원, 상호 고취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11. 능력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과 인품을 키우고 확실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훈련시켜 미래의 정치인을 훈련시켜야 한다.
요컨대 손봉호 총장의 의견은 지금은 우리 나라 국민성이 뒷받침이 안 되니까 기독교의 정치 활동이 실패할 것이므로 아직 하지 말자는 것이고, 대신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면서 미래의 확실한 정치 활동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또 김준곤 총재의 주제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부패할 우려도 있기는 하지만 기독교 정당은 필요하며, 한국 정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기독당이 나서야 한다.
2.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정치논리가 아닌 성서논리와 신앙으로 해야 한다.
3. 크리스천의 뭉침의 시너지 역할을 개발해 정치혁명을 해야 한다.
4. 한국 교회는 잠재 에너지와 활용 에너지를 모두 개발해야 한다.
5. 기독교대학 부설로 크리스천 정치 지망생들을 모아 정치 대학원도 만들 필요가 있다.
6. 기독정당은 원내 진출 이상으로 원외의 시민 단체에서 사회 안전망, 봉사단 활동, 범죄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며, 교회가 적극적으로 정치혁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7. 크리스천이 하나 되면 한국 정치를 구할 수 있으며 한국 교회는 정치의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
8. 기독교가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 책임을 지는 데 있어서 신학적, 성서적, 역사적 사명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요컨대 김준곤 총재의 의견은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깊이 관여해야 하며, 한국의 모든 기독교인들이 정치 참여의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뭉쳐서 한국의 정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교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결국 기독교의 정치 참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미래로 미루든,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힘을 모으든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인가? 그들은 아쉽겠지만,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 중에는 그런 사명이 단 한마디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침례인 요한은 정치인이었던 헤롯왕을 질책하다가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헤롯왕의 정책이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말도 하지 않았다. 오직 공공연하게 더러운 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질책했을 뿐이다(마 14:3,4).
예수님께서는 정치인이었던 헤롯왕과 빌라도를 만나셨으나 역시 그들의 정책이나 정치 행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정치인 빌라도 앞에서 그분의 왕국과 지금 이 세상의 통치는 아무 관련도 없음을 분명히 하셨다(요 18:36).
의사 누가는 당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던 한 인물에게(눅 1:3) 1,151구절이나 되는 첫 번째 글(누가복음)과 1,007구절이나 되는 두 번째 글(사도행전)을 쓰면서, 또 그 글 속에 수많은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도(헤롯[대왕], 카이사 아우구스토, 쿠레뇨, 티베리오 카이사, 폰티오 빌라도, 헤롯[안티파스], 빌립, 루사니아, 클라우디오 카이사, 헤롯[아그립파 1세], 펠릭스, 폴키오 페스토, [헤롯]아그립파[2세]) 단 한마디의 정치적인 입장도 제시하지 않았다.
사도 바울은 수많은 교회들이 반대를 받고 모진 박해를 받던 시대에 살면서 하나님의 영감으로 아시아와 유럽에 있는 수많은 교회들에 길이 남을 편지를 쓰면서도,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정치에 참여해서 하나님의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그런 정치를 하기를 소망한다고, 그런 정치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단 한마디의 조언도 준 적이 없다. 그가 정치와 연관해서 준 조언이 있다면 이런 것들이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라... 그러므로 모든 사람에게 의무를 다하되 국세를 낼 자에게 국세를 내고 관세를 낼 자에게 관세를 내며...』(롬 13:1,7),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중보와 감사를 하되 왕들과 권세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청렴함 가운데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1,2), 『정사나 권세 있는 자들에게 복종하고 행정관들에게 순종하며...』(딛 3:1). 그 어디에도 기독교정당, 시민운동, 정치 참여, 정치개혁, 정치혁명과 관련해서는 뉘앙스조차 없다.
다른 사도 역시 비정상적인 정치인이(네로 황제) 최고의 자리에 앉았던 시대에 살면서도 그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를 위하여 인간의 모든 법령에 복종하되, 권세 있는 왕에게나 혹은 악을 행하는 자들을 벌하고, 선을 행하는 자들을 칭찬하라고 그가 보낸 관리들에게 하라... 왕을 존경하라.』(벧전 2:13,14,17)고만 조언했다.
정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아니다. 정치는 교회의 사명이 아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과 인품을 키우고 확실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훈련시켜 미래의 정치인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손봉호 총장의 주장이나, "교회가 적극적으로 정치혁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정치의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김준곤 총재의 주장은 그들이 "기독교적 세계관"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들임을 보여 준다. 기독교인 중에 의사도 있고, 법률가도 있으며, 과학자도 있고, 기업가도 있듯이 간혹 정치인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교회의 사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치와 관련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추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라.
『지금은 나의 왕국이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 하나님의 통치는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여기서 이루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으므로』(빌 3:20).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의 시민이다. 남의 통치 구역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전쟁에 임하는 자는 아무도 이생의 일들에 얽매이지 아니하나니』(딤후 2:4). 그리스도인들은 정치를 포함해서 이생의 일들에 관여하여 얽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첫 번째 부활에 참여하는 자는 복되고 거룩하도다... 그들이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제사장들이 되어 천 년 동안 그와 함께 통치하리라』(계 20:6). 그리스도인들이 정치를 하게 되는 때는 따로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시고, 성도들의 부활이 있은 다음이다.
『거기에는 밤이 없겠고 그들에게는 촛불도 햇빛도 필요하지 아니하리니... 그들이 영원 무궁토록 통치하리라』(계 22:5). 그리스도인들의 정치는 천년왕국에서 영원에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현 교회 시대는 아니다.
영원무궁토록 통치하기에 적합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은 "성경에서 말씀하신 사명"을 감당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고난을 참아야 한다. 우리가 참으면 우리도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다(딤후 2:12). 현 시대의 기독교 정치 참여는 "성경에서 말씀하신 사명" 중에 한마디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 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