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구령이야기 분류

난로 뒤로 숨던 청년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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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3년 09월호>

월터 루이스 윌슨(Walter Lewis Wilson) / 장은혜 옮김


어느 시골 교회에서 모임을 갖던 중에 겪은 일이다. 그곳은 문 가까이 뒤쪽에 큰 난로를 둬서 난방을 했는데 바깥이 추워도 실내를 꽤 뜨겁게 데워 주었다. 그만큼 화력이 세다 보니 대개 난로 주변에는 앉지 않았지만, 유독 한 청년이 설교자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난로 바로 뒤에 앉기를 좋아했다. 그의 이름은 에버렛이었고 스물여덟이었으며 숱이 많은 곱슬머리에 체격이 좋았다. 작은 마을 변두리에 있는 시골집에서 미혼으로 혼자 살면서, 젖소 한 마리와 닭 몇 마리를 길렀고 자그만 밭을 일궈 거기서 나오는 작물을 팔아 생활했다. 신앙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오히려 거칠고 불경건하고 악행을 일삼는 인물로 주변에서 유명했다.

당시 집회를 두고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제법 컸던 터라 거의 마을 전체가 예배에 참석했다. 에버렛의 친구 여럿도 참여했는데 개중에는 이미 구원받은 이들도 있었다. 청중 모두가 마음에 찔림을 받으면서 모임이 마을의 화젯거리가 됐고, 그런 분위기에 이끌려 에버렛도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싶어 모임에 와 봤지만, 마음은 썩 편치 않았다. 그래서 난로 바로 뒤라는, 다들 불편해하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에버렛은 말씀을 듣다가 어느 부분에서 크게 흥미로웠는지 몸을 기울여 나를 보곤 했다. 그 점을 알아차린 나는 전하던 주제와 연결되면서도, 특별히 그를 염두에 둔 말을 하면서 설교를 이어갔다. 그러면 그는 얼른 난로 뒤로 다시 숨어 버렸고 모임 내내 그러기를 계속했다.

한번은 요한복음 5:24을 본문으로 설교를 하던 날이었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자는 영생을 얻고, 정죄에 이르지 아니할 것이며,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느니라.』 나는 우리가 죄 가운데 죽어 있든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 있든, 각자의 생활에서 그 모습이 드러난다는 점을 회중에게 선명하게 이해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내가 죽은 죄인의 증상을 설명하자 에버렛의 숱 많은 머리가 난로 뒤에서 나와 잠깐 듣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양으로 봐서 그가 관심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일이 그의 혼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나는 그가 예배 후에 내게 상담 요청하기를 내심 바랐다.

그런데 에버렛이 설교가 끝나기 무섭게 튀어 나가는 바람에 대화는커녕, 그를 붙잡을 새도 없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다닐 만한 곳이나 영적으로 자신을 도와줄 만한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천성이 낯을 가리기도 했으나 영적인 문제로 더더욱 그러했다.

다음 주일 저녁, 예배실에 들어가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는 에버렛을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가는가. 또 무릎에 올려놓은 성경이 어찌나 크던지 그런 성경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강단용 성경 중에서도 큰 성경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에버렛,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군요. 지난 주일만 해도 난로 뒤에 앉았는데 오늘은 앞자리에, 그때는 성경도 없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들고 다니지 않는 이렇게나 큰 성경을 가지고 오다니요. 아니 어떻게 이처럼 놀랍게 바뀐 거죠?”

에버렛이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로 이렇게 답했다. “지난 주일 저녁에 목사님이 예수님께서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신다고 설교하셨잖아요. 제 평생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봤답니다. 제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거든요. 목사님이 죄 가운데 죽어 있는 죄인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설명하실 때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임을 바로 알아챘습니다. 우선 죄인이 하나님께 관심이 없다고 하셨는데, 확실히 제가 그렇게 지내 왔습니다. 또 성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지옥에 가든 하늘나라에 가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씀도 맞고요. 그뿐 아니라 저 스스로가 죄를 짓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살았지요. 솔직히 몇몇 죄에는 깊이 빠져 있었고요. 한마디로 그 설교에서 제 정곡을 제대로 찌르셨어요.”


“예배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향했어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 문제와 결판을 내서 바로잡아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답니다. 집에 도착해서 등을 켜고는 가지고 있던 작은 성경을 꺼내 설교 본문을 찾으려고 뒤적였어요. 그런데 못 찾겠더라고요. 요한복음 어딘가라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서 어쩔 수 없이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전 학교를 얼마 못 다녀서 빨리 읽지를 못해요. 그래서 단어 몇은 철자로 읽고 넘어갔지요. 새벽 2시 반쯤에야 제가 찾던 5장 24절에 다다랐어요. 『진실로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내 말을 듣고, 또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자는 영생을 얻고, 정죄에 이르지 아니할 것이며,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느니라.』 이 말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는 죄 가운데 죽은 상태로 지옥에 가고 싶지 않았고, 예수님께서 저를 구원해 주시기를 바랐어요.”


“몇 번을 다시 읽고는 무릎을 꿇고 이렇게 기도드렸답니다. ‘예수님, 하나님께서 저를 구해 주시려고 주님을 제게 보내셨으니까 그대로 해 주세요. 제가 믿으면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예수님을 제 구세주로 받아들입니다. 예수님의 사람이 돼서 주님을 위해 살기 원합니다. 저를 위해 죽으셨으니까요.’ 그러고는 등 옆에 앉아서 다시 성경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드러나게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비밀리에 무엇을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라는 7장 4절을 읽고서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당장 등을 들고 나가서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옆집 문을 두드리자 창문에서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에버렛이라 하고는 예수님께서 저를 막 구원해 주셨다고, 그 사실을 알리고 싶었노라고 했지요. ‘아, 그래요?’라고 하더군요. 다음으로 짐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더니 위층에서 누구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에버렛이에요. 좀 전에 예수님께서 저를 구원해 주셨거든요. 이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어요. 이런 식으로 마을 사람 모두에게 알렸답니다. 예수님께서 저를 비밀스럽게 구원하지 않으셨으니까 저도 그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에버렛의 믿음의 고백을 듣고 크게 감동을 받은 나는 그리스도를 찾아서 복을 누리게 된 그와 기쁨을 나눴다. 그건 그렇고 그 거대한 성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서 연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겐 신약성경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글자가 흐릿했어요. 거기다 집에는 초롱불뿐이고요. 어쨌든 성경 전체를 읽을 수 있게끔 구약도 있으면서, 등이 밝지 않아도 잘 보일 만큼 글자가 큰 성경책을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날이 밝자마자 이웃 마을에 있는 서점에 부리나케 가서 큰 성경을 달라고 했지요. 주인아저씨가 지도도 있고 성경에 대해 설명도 많으면서 책을 찾기 좋도록 홈이 파인 성경을 보여 줬지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서점에서 제일 큰 성경을 달래서 봤더니 딱 제가 원하던 것이라 사겠다고 했어요. 12달러 50센트였지만 값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지금껏 성경에 돈을 써 본 적이 없었으니 한 번에 많이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성경을 들고 문을 나서려는데 주인아저씨가 이렇게 물으시더라고요. ‘에버렛, 그런 성경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자네가 교회 회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변 모두가 알잖나? 늘 거친 패거리와 어울려 왔으니 평판이 좋지도 않고. 그런데 어쩌다 성경을, 그것도 그렇게나 거대한 성경을 원하게 된 건가?’ 그 질문 덕분에 예수님께서 저를 구원해 주셔서 이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주인아저씨에게도 기쁘게 알렸지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어요. ‘아저씨 말이 맞습니다. 제가 난폭하고 성경에 무관심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예수님의 사람이 됐으니까 어디를 가든 성경을 가지고 다니려고요.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성경을 읽어야 하고 성경 읽기를 부끄러워하면 안 되죠. 집에 작은 신약성경이 있긴 하지만, 그 성경을 들고 길을 가다가 전에 어울리던 친구들이 다가오면 마귀가 성경을 주머니에 넣으라고 꼬드길 게 분명해요. 예수님께서는 저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셨는데... 마귀가 그런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아예 큰 성경을 가지려는 거예요.’ 목사님, 이제 제가 왜 이렇게 큰 성경을 가지고 왔는지 아시겠지요? 이 에버렛이 구원을 받았고 성경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 좋겠어요. 또 다른 사람들도 성경을 알고 사랑하기를 바라고요.”

막 회심한 성도가 놓은 일침이 어떤가! 이 글을 읽는 그리스도인 모두가 성경을 이전보다 더욱 존중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더 자주 시인하기를, 무엇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구세주를 전하기를 바란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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