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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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 주인이 잃고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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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4년 04월호>

월터 루이스 윌슨(Walter Lewis Wilson) / 장은혜 옮김

윌버는 야심만만한 스물 초반 청년이었다. 귀금속 상점에서 일하면서 그 업에 어찌나 매력을 느꼈던지 일 전반을 익혀서 자기 사업을 일으키는 데 힘을 쏟으리라 결심했다. 그는 필자의 집에 수시로 찾아와 자신이 배우는 일과 진척되는 상황을 알려 주며 신나 했다. 보석을 공부하며 행복해 했고 손목시계와 벽시계 제작, 수리 과정도 밟았다. 한편 우리 내외가 영적인 부분을 화두로 꺼낼 때면 관심이 가지 않는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번은 우리 내외가 윌버를 방문했다. 윌버 본인과 하나님의 관계에 대해, 또 주 예수님을 향한 자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도무지 흥미가 없다면서 자기는 사업을 키우는 데만 몰두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얼마 전에 작은 가게를 얻어 시계 보수, 보석 재가공 등 한껏 주문을 받아 일에 파묻혀 지내 오던 차였다. “밤낮 부지런히 일하려고요. 대출 없이 5만 달러를 벌고 나면 자리가 잡힐 듯해요. 종교 문제는 그때나 가서 생각해 볼래요. 제 목표인 5만 달러를 모으기 전까진 기독교로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요.” 그 뒤로는 서로 자주 보질 못했는데 윌버는 안부 인사조차 꺼리면서 우리를 멀리했다. 우리 내외는 주님만의 비길 데 없는 방법으로 그를 다뤄 주시도록 성령님께 기도로 맡겼다. 윌버는 일을 잘했고 고객이 바라는 바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기에 사업이 번창했다. 저축한 돈으로 시내에 접한 외곽에 아담하고 아름다운 집을 사서 멋지게 가구도 갖췄다. 즐거움이 가득한 그 집에 곧이어 신부도 맞아들였다. 돈을 모아 거기서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겠다는 꿈을 그리며 말이다. 어쩌다 윌버를 길에서 만나면 그가 계획한 대로 5만 달러 목표가 이뤄지고 있냐고 묻곤 했는데, 그는 매번 활기차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느 땐가는 돌로 자그마하게 지은 집, 근사하게 갖춘 실내, 상록수와 돌이 어우러진 정원, 수련이 자라고 물고기가 노니는 연못, 덩굴식물이 올라가는 차고 등 아름다운 신혼집을 설명하며 마냥 행복해 했다. 그는 수익이 생기기가 무섭게 사업을 키우는 데 투자했다. 공채와 부지가 더 필요했고 부대비용도 더 발생했다.

어느 저녁, 윌버 내외는 시내에서 외식을 한 뒤 영화를 보고 늦게 집으로 향했다. 곧 믿지 못할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으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랑의 보금자리였던 집이 잿더미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화인이 불분명했고 무엇보다 외곽에 위치한 까닭에 수도 시설 부재로 이웃에서 불을 끌 수가 없었다. 그간의 고된 수고의 결과이자 희망과 꿈이 머물던 작은 궁전이 한두 시간 만에 남김없이 사라졌고, 내외의 마음도 산산이 부서졌다. 보험을 들어 뒀으니 모두 보상받게 될 거라고 윌버가 아내를 위로했다. 그들 내외는 다시 시내로 나가 친지들 집에서 임시 거처를 얻었다. 다들 따뜻하게 맞이하며 그들이 앞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튿날 윌버는 화재 보험 계약에 따라 보상을 신청하려고 은행을 찾았다. 약관을 살펴보던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몇 주 전에 계약이 만료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가재도구며 건물 손해며 어떤 변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보험 회사 담당자가 만료일 통지를 잊었고 윌버 자신도 달력에 표시해 두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그런 비보를 아내에게 전하면서도 그는 야망을 놓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성령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지혜롭게 다루시던가! 얼마나 다정하게, 그러면서도 얼마나 단호하게 영원의 진리를 마음에 밀어붙이시던가! 구원받지 못한 죄인이 맞닥뜨릴 슬픔을, 세상의 빛을 거절한 혼이 던져질 어둠을 아시는 성령님께서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그를 다루고 계셨다. 윌버는 꿈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새롭게 기운을 차리고 일을 재개했다. 손실이 막심했으나 진지하게 더 노력을 기울이고 남은 재산을 잘 운용해 상황을 만회하리라 결심했다. 그는 낮이고 밤이고 구부리고 앉아 작업대를 떠날 줄 몰랐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기침이 시작됐고 조금씩 심해졌지만 무시했다. 기침을 누그러뜨린다는 약에 기대어 봤지만 듣지 않았다. 발걸음에 활기가 사라졌고 볼에 홍조가 생겼으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내가 거듭 설득한 끝에 지역에서 알려진 의사를 찾아갔고 정밀 검사 결과 결핵으로 판명되었다. 의사는 당장 일을 쉬고 건강을 회복할 만한 곳에서 몸조리를 하라고 강권했다.

주변 경쟁점들은 왕성해지는 반면, 윌버 본인의 매상은 지지부진한 데다 몇몇 오랜 단골들마저 놓친 처지였다. 설상가상으로 결핵 진단까지 받고 나자 마음이 말이 아니었다. 화재로 받은 상처까지 되살아나 그의 혼은 낙심으로 가득했다. 영광의 주님을 몰랐던 윌버는 동정하시는 목자께 마음을 쏟아 놓은 적도, 만세 반석이신 분을 피난처로 삼은 적도 없었다.
윌버는 폭풍으로 파도가 높게 이는 바다에서 방향타도, 돛대도, 객실도 죄다 부서진 채 요동하는 배처럼 무력감에 떠밀려 절망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윌버를 위해 기도해 오던 친구들에게는 주님께서 그의 희망을 부수고 고통을 허락하시는 중에도 그 혼에 친절을 베푸심이 보였다. 정작 윌버 자신은 앞날이 그지없이 캄캄할지라도 5만 달러를 벌기 전에는 하나님을 찾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의사가 어찌나 심각하게 촉구했던지, 또 상태가 얼마나 위급했던지 윌버는 조언대로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게는 제값도 못 받고 처분했는데 그마저 대부분 빚으로 갚아야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돈은 서부 여행 경비, 생활비, 치료비로 곧 바닥날 터였다.

윌버에게는 야심 찬 아들이 어떻게 해서든 구원받게 해 주시기를 기도해 오던 경건한 어머니가 있었다. 마침 어머니 집이 서부였기에 윌버는 거기서 며칠 묵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저녁 무렵 허름한 농가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에게 무너지는 마음을 쏟아 냈다. 한결같이 아들을 사랑했고 믿음으로 기도해 온 어머니는 아들이 큰 슬픔 가운데 곰곰이 생각하는 중임을 알았기에 복음을 밀어붙이지 않고 지혜롭게 대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얘야, 라디오에서 윌슨 박사님의 아침 성경 공부를 들어 본 적 있니?” “그럼요, 어머니. 그분과 알고 지낸 지가 수년 됐어요. 제게 주님에 대해 자주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매번 달갑지 않게 반응했었죠.” 그 사이 어머니가 라디오를 켜자 성경 공부가 막 시작됐고, 나오는 목소리가 어찌나 또렷하던지 마치 방에 함께 있는 듯했다.

그날의 주제는 “세 옥합”이었고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 번째 옥합은 누가복음 7:37,38에 나옵니다. 마음이 상하고 죄에 찌든 여인이 옥합의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동양에서 옥합은 신부의 혼수품과 같습니다. 보통 신분과 재력에 맞게 어려서부터 준비하는데, 자기를 맡겨서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날 때까지 간직하는 물건입니다. 그런 상대가 나타났고 그의 생각도 마찬가지라면, 옥합을 깨고 그의 발에 향유를 부음으로써 헌신의 맹세를 확정하고, 그가 자기 마음을 소유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지요. 어느 날 본문의 여인은 예수님에 관해 들었을 때 그분이 자신의 갈망을 채워 주실 분임을 알았습니다. 『주의 뒤로 와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주의 발을 씻기기 시작하며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아 내고, 또 주의 발에 입을 맞추며, 향유를 붓더라.』 그러자 주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네 죄들이 용서되었노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눅 7:48,50).

두 번째 옥합은 요한복음 12:3에 나옵니다. 나사로를 살리셔서 저녁 식탁에 앉게 해 주신 주님의 발에 마리아가 매우 값진 감송향유을 붓습니다. 이번 경우는 용서가 아니라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경배를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의 쇠사슬을 끊으셨고 눈물을 닦아 주셨으며 슬픔을 노래로 바꿔 주셨기 때문이지요. 패배를 승리로 바꾸신 주님을 당연히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사랑과 화평과 흠모로 자기 마음을 채워 주신 유일한 분께, 그동안 모았던 돈을 다 들여 마련해 둔 옥합을 깨서 향유를 부어 드리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 옥합은 마가복음 14:3에 나옵니다. 역시나 마리아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이틀 전에 주님의 머리에 매우 값진 향유를 붓습니다. 구원과 만족을 주시고자 하늘에서 오신 분을 미리 장사 지내려고 그분의 귀한 몸에 부어 드린 것입니다. 주님을 믿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생을 바치기로 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일이었지요. 그 모습에 주님께서 이렇게 반응하셨습니다. 『온 세상에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그녀가 행한 이 일도 말하여 그녀를 기념하리라』(막 14:9).

성경 공부를 마무리하는 기도가 끝나자 윌버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진지하게 방송을 듣는 아들의 표정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알아차린 어머니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구세주의 사랑의 증거인 상처 난 손과 발을 그에게 보여 주시기를 간청했고 하나님께서는 수년간 드려 온 그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삶은 잔인했고 야망은 배신했으며 이제 가진 것이라고는 빈손과 무거운 마음뿐이었던 윌버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그러면 내가 너희에게 쉼을 주리라.』(마 11:28)라는 예수님의 초청에 그의 혼을 맡겼다. 그의 마음속 전장에는 곧 평화와 안식이 찾아왔고, 그는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던 어머니와 감격의 기쁨을 나눴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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