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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장난 같은 “평평 지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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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5년 10월호>
이른바 “플랫 어스”(Flat Earth), 곧 “평평 지구”에 대한 믿음에 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고대인들의 신화적 우주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2025년 현재, 약 7천 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오늘날에도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교육의 수준이 높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경한 듯하지만, “평평 지구론”(이하 “평평론”)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음모론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에 미국의 성인 1,134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POLES 2021”이라는 설문조사를 보면, “지구는 평평하고, 둥글지 않다.”라는 데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0%였고, “확실치 않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9%였다. 미국의 성인들 가운데 무려 20%가량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명백한 사실로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평평론은 음모론이기 때문에, 그 추종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통일된 체계가 없고, “둥근 지구”를 부정하는 저마다의 독창적인 가설들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핵심적 내용을 몇 가지 열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지구는 평평한 원반처럼 생겼고, 그 중심에 북극이, 그 가장자리에는 남극이 있다. 특히 남극 대륙은 바닷물이 지구 바깥으로 흘러넘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2 우주에서 찍은 구형의 지구 사진은 모두 조작된 것이다. 3 태양, 달, 별, 행성 등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천체들은 지구를 덮고 있는 투명한 돔 안이나 그 표면에 존재한다.
이처럼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비상식적인 음모론을 본지에 소개하는 까닭은, 많은 평평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성경적인 우주론”으로 소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킹제임스성경>을 주요 근거로 삼고 있기에, 이 어이없고 심각한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 <킹제임스성경>을 운운하며 지구가 평평하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자들 때문에 성경적 교리를 거부하고 지옥으로 가거나, 바른 성경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상식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死後)에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평평론자들이 “<킹제임스성경>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말씀하신다.”라면서 사용하는 “결정적 증거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말씀이다. 『원형의 지구[the circle of the earth] 위에 앉으신 분이 그분이시니 그곳의 거민들이 메뚜기 같으며, 하늘들을 휘장같이 펼치셨으며, 그 안에 거할 장막처럼 펴셔서』(사 40:22). 평평론자들은 <한글킹제임스성경>의 번역은 잘못된 것이고, “the circle of the earth”가 “땅의 원,” 곧 평평한 원반형 지구의 둥근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우긴다. 국내의 어떤 평평론자는 “the circle of the earth”를 “땅의 원형”으로 번역한 윤경원의 “표준역”을 추켜세우면서 초등학교 수준의 영어 독해력만 있어도 그렇게 번역하는 게 옳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부분을 “원형의 지구”로 뒤집어 번역한 <한글킹제임스성경>은 의도적 변개(?)를 자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전치사 “of”의 번역을 논하는 것은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예컨대 “man of God”(하나님의 사람)는 그 사람이 하나님의 소유라는 뜻이지만(신 33:1, 삼상 9:6), “man of valour”(용사)는 반대로 용기가 그 사람의 소유라는 뜻이다(판 6:12, 대하 17:17). “love of God”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요일 4:9),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사랑”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요 5:42). 또한 “of”는 전후의 표현이 동격 관계임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서 “city of Jeru- salem”은 “예루살렘의 도성”이란 뜻이 아니다. 이 표현은 예루살렘 안에 어떤 도성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 자체가 도성이라는 뜻이다. <한글킹제임스성경>은 이를 “예루살렘 도성”으로 정확하게 번역했다(눅 24:49).
문맥적으로 볼 때, “the circle of the earth”의 “of”는 동격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사야 40:22은 하나님께서 “지구라는 원(형),” “원(형)인 지구”를 내려다보시면서 그곳의 거민들을 메뚜기같이 여기신다는 말씀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앞서 살펴본 평평론자들의 주장처럼 “the circle of the earth”가 “지구의 둥근 모서리”를 가리킨다면, 이사야 40:22은 하나님께서 그 땅 끝에 사는 사람들만을 특별히 메뚜기처럼 여기신다는 해괴한 말씀이 되고 만다. 어떤 평평론자들은 히브리어를 운운하며 “the circle of the earth”가 사실은 평평한 지구를 감싸고 있는 투명한 지붕을 일컫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더욱 터무니가 없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사람들은 지금 발을 땅에 딛고 “우주 공간” 안에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평평론자들의 눈에는 이사야 11:12이나 요한계시록 7:1의 “땅의 네 모퉁이”(the four corners of the earth) 같은 표현도 그들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땅의 네 모퉁이”란 평평한 지면의 “코너,” 즉 동서남북의 네 방위 사이에 위치하는 북서, 북동, 남동, 남서 끝단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평평론자들은 만일 지구가 공 모양이라면 이런 “코너”가 존재할 수 없지 않느냐고 따지고 든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에도 쓰이는 관용 표현일 뿐, 실제 “코너”와는 무관하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영어 <킹제임스성경>의 “the four corners of the earth”라는 표현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싣고서, “세계 각지”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어 <킹제임스성경>을 150회 이상 숙독했으며, 그 성경이 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최종권위인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설명할 수 있는 학자였던 피터 럭크만 박사 역시 그것은 “동, 서, 남, 북”을 뜻한다면서 평평론자들의 주장을 “20세기 천치들의 농담”이라고 했다.
성경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지구가 평평한 원반 모양이 아닌, 둥근 공 모양임을 알고 있다. 당신은 하나님께서 계시는 장소가 성경에서 “북편”으로 묘사된다는 점을 기억하는가?(사 14:13, 시 48:2; 75:6) 지구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리자면 지구의 자전축상의 위쪽, 곧 “천구의 북극” 방향으로 우주 맨 위에 셋째 하늘이 위치해 있다. 그러나 “평평 지구”에서 “북편”은 결코 하늘 방향을 가리킬 수 없고 “땅”에 매여 있는 표현으로 전락한다. 오직 “둥근 지구”에서만, “북편”은 하늘 방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천문학, 기상학, 측량술, 항해술의 발달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류가 알아챈 시점보다 훨씬 전에, “성경”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고 선언해 두셨던 것이다!
성경은 “상식적인” 책이다. 따라서 성경이 상식과 이성에 반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거든 반드시 의심해 보아야 한다. 성경을 의심하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해를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이성은 우리 인류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주신 도구 가운데 하나이다(롬 2:15). 따라서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자의적 성경 해석”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진리에 다가서기는커녕, 거짓된 세계관 속에 갇혀 진리를 대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있다.
초림 때 예수님을 대적했던 바리새인들이 그 좋은 예이다. 아무리 안식일이라고 해도 아픈 사람이 있으면 고쳐 주는 게 상식적으로 옳지 않은가?(눅 14:3-5) 그럼에도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만(출 35:2) 집착한 나머지 병자들을 치유하시는 주님을 대적했다. 그들은 심지어 그분의 사역이 사탄을 힘입은 것이라는 망상적인 이론까지 폈다(마 12:24). 백성들을 고쳐 주시는 분을 대적하는 것이 상식적인 사람에게는 “이상한 일”로 비쳤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요 9:30-34).
평평론자들이여, 부디 상식과 이성으로 판단해 보기 바란다. 필라델피아 시대를 주름잡은 복음 전파자들 가운데, 건전한 교리를 수호한 성경교사들 가운데 평평론자가 있었는가? 하나님께서 그들 모두에게 닫으셨던 계시를 당신들에게만 주셨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가 평평하다는 진리(?)로 인해 성도들이 도전을 받는다거나, 죄인들이 구원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당신들 자신이라도 하나님의 일에 더욱 열성을 내게 되는 일이 일어났는가? 그저 “다른 사람들은 속고 있어. 우리만이 우주의 놀라운 비밀을 아는 거야.”라고 하면서 으스댈 수 있다는 것 외에, 평평론이 주는 유익은 사실상 전무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우주만물을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온』(요 7:17) 교리이겠는가?
다르게 가르치면서 건전한 말씀에 따른 교리에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사도 바울은 그러한 원인으로 “교만”을 지목했다(딤전 6:3,4).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는 분이시기에(벧전 5:5) 그런 자들은 성경 지식에 관한 한 까막눈이 될 수밖에 없다.
진리를 깨닫고 싶거든 “사람들이 모르는 특별한 비밀”을 추구하며 우쭐댈 것이 아니라, 젖에 해당하는 기초적인 말씀부터 착실히 공부해 나가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분의 교리를 가르쳐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사 28:9). 누구라도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성경을 억지로 풀고자 한다면 스스로 멸망을 자초할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벧후 3:16). 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