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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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이야기(Ⅰ) 북한 선교를 위해 한국에 온 선교사 카빙턴 (Daryl R. Cov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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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1년 05월호>

1. 2006년 가을, 방화동에 있던 성경침례교회로 한 미국인 부부가 초등학생 또래의 딸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다릴 카빙턴”이었다. 그가 나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소개한 사람은 피터 럭크만(Peter S. Ruckman) 목사님이었다. 그가 알고서 말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보증 수표인 럭크만 목사님을 언급했을 때, 내 입장에서는 그가 무엇을 말하더라도 신뢰했을 터였다. 그가 럭크만 목사님을 알게 된 연유는 럭크만 목사님이 설립한 펜사콜라성경신학원(PBI)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태권도 때문이었다. 럭크만 목사님은 80세가 넘은 나이에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서 초단을 땄다. 목사님의 태권도 사범은 한국인이었는데, 내가 펜사콜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목사님은 나를 태권도 도장으로 데리고 가서 그 사범을 소개해 주었고, 그의 태권도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자리에는 한국 해군사관학교 출신 김 모 중위도 동석했었다.


펜사콜라시에는 미 해군 기지가 있는데 그곳에는 “블루엔젤스”(Blue Angels)라는 곡예 비행대가 있다. 미 공군 곡예 비행대는 “선더버즈”(Thunderbirds)라는 이름으로 다른 곳에 기지를 가지고 있다. 내가 팬암항공(Pan Am Airways)에서 보잉 707기종으로 훈련받았을 때 나의 교관 역시 미 해군 조종사 출신이었다. 주로 함재기에서 이착륙해서 그런지 해군 출신들의 비행 기술은 매우 뛰어났다. 당시 교관은 나를 태우고 캘리포니아주의 주도인 새크라멘토(Sacramento)로 가서 이착륙 훈련을 무려 19회나 시켜 주기도 했다.


럭크만 목사님은 나더러 그 사범에게 복음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내가 복음을 전했지만, 그는 영접하는 것을 다음 기회로 미뤘고 그 대신 함께 있던 그 해군 중위가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 그다음 주일 예배 때 그 두 사람도 참석하여 교회 현관 앞에서 나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카빙턴 선교사는 메릴랜드주의 한 시골 교회 목사인 자기 할아버지 교회에서 성장했다. 그가 어디에서 태권도를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그 교회의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방학 때면 자신이 알고 지내는 교회들을 방문하여 태권도 시범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어느 날엔가 자기 태권도 팀을 데리고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 거주하는 럭크만 목사님 댁을 방문하여 목사님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였더니 목사님이 대단한 찬사를 보냈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카빙턴 형제는 자신을 소개하기를, 메릴랜드주에 있는 자기 할아버지가 목사로 시무하는 교회에서 조부의 뒤를 이어 목회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북한에서 선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기에 북한에 성경을 보급할 목적을 가지고 오직 주님만을 의지한 채 자기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북한을 두 번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교보문고에 들러서 <한글킹제임스성경>을 몇 권씩 사 가지고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미국인 한 명을 만났는데, 그 역시 북한에 성경을 보급할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는 것이었다. 주님께서 사역에 필요한 동역자를 길에서 만나게 해 주셨던 것이다. 카빙턴 형제는 이태원에 집을 얻어 아내와 딸과 함께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그에게는 또 한 명의 동역자가 있었는데, 그는 단둥에서 옥수수빵 공장을 세워 놓고 북한에 빵을 공급할 계획을 가진 유대인 그리스도인이었다. 말하자면 이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공동의 사역을 펼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카빙턴 형제는 북한 선교를 위한 자기의 계획을 알려 주었는데 실현 가능성이 크고 꽤 스릴도 있는 이야기였다. 즉 중국 단둥에 세운 빵 공장에서 “도우”(dough, 밀가루 반죽) 안에 <한글킹제임스성경>을 넣고 오븐에다 구워서 그 빵을 가지고 들어가면 북한 국경을 통과하기가 매우 쉬워지고, 그렇게 북한에 반입한 성경은 단둥의 빵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고용인의 가족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었다. 단둥의 빵 공장에는 10명에 가까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4명, 여자가 6명이었다. 그는 북한 보위부원들의 의심을 피하고자 가방 안에 항상 “인공기”(북한의 국기)를 넣고 다녔다. 또한 그는 자기와 의기투합한 다른 두 친구가 그다음 단계로 북한에서 밀을 심어 빵 공장을 하며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내게 말해 주었다. 나는 그의 친구 두 사람도 우리 교회로 초청하여 교제하고 싶었다.


나는 카빙턴 형제를 그다음 주일 오후 예배 때 강단에 세웠다. 그의 아내는 제리 폴웰(Jerry Falwell)의 리버티대학교(Liberty University)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했는데, 나도 리버티대학교 대학원에서 비디오로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공부했노라고 소개하자 그녀는 몹시 기뻐했다. 나는 그 부부에게 <한글킹제임스성경>을 번역하게 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말해 주었고, 하나님께서 우리 한민족에게 어떻게 중국과 일본보다 먼저 <킹제임스성경>을 번역하여 출간하게 해 주셨는지 설명해 주었다. 또한 카빙턴 형제에게 어떻게 중국어와 일본어로 <킹제임스성경>을 번역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설명했더니 그는 매우 고무되었다. 이에 “일본”에는 우리 교포가 6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고 북한과 연계된 조총련도 대략 그만큼은 될 것이기에 그 기반이 매우 확실하고 북한보다는 제재도 덜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또한 “중국”의 경우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에는 우리 동포가 적어도 2백만 명은 살고 있기에 바른 성경을 확산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도 말해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킹제임스성경>을 출간했을 때 제임스 1세 국왕의 진두지휘 아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등지에서 54명의 헬라어, 히브리어 학자들을 모아 번역하게 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섭리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국이 <킹제임스성경>을 출간한 나라였기에,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세계 표준 시간의 기준점이 되었고(GMT, Greenwich Mean Time), 표준이 되는 도량형 단위들이 나왔으며, 스페인 해군의 무적함대도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 지구촌 곳곳에 있는 “영국 땅”에 해가 지지 않도록 복을 주신 것이다. 카빙턴 형제는 나의 설명을 들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 무척 고무된 카빙턴 형제는 자기 친구가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영어 학원을 하고 있다면서 그곳에 영어를 잘하는 조선족 형제 한 사람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중국어 성경 번역에 적합한 중국인들과 아직 선이 닿지 않았다면 자기와 함께 쓰촨성으로 가서 그 사람을 만나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서 나는 좋다고 대답했다. 미국인들이 중국에서 체류하려면 “영어 학원 강사” 비자를 받는 것이 용이하기에, 미국 선교사들은 대부분 영어 학원 강사나 컴퓨터 강사 등의 신분으로 중국에 들어간다. 카빙턴 형제가 말한 그 친구는 영어 강사로 중국에 들어갔다. 며칠 후 우리 두 사람은 삼국지의 배경인 청두(成都)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말한 조선족 청년이 여러 면에서 우리의 계획에 일치한 인물이면 좋겠다고 기도했었다.


비행기가 청두 공항에 착륙한 후 우리는 공항 건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우리를 맞이하러 나왔는데, 한 사람은 영어 강사인 카빙턴 형제의 친구였고, 또 한 사람은 나이가 50대 중반의 미국인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카빙턴의 친구인 영어 강사의 장인이었다. 그 역시 청두에 있는 사위 집에 잠시 다니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나를 알아보더니 “송 리”(Song Lee) 하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일단 먼저 악수를 하면서 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럭크만 목사님의 이름을 대면서 펜사콜라에서 “바이블 뱁티스트 블로우아웃”(Bible Baptist Blowout, 성경대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미국 전역에서 모여 자기들의 나쁜 습관을 내버리고 말씀의 물로 깨끗이 씻자는 취지의 부흥회)을 했을 때 내가 간증하는 것을 들었고, 럭크만 목사님이 자기 도시에 와서 설교할 때도 나의 이름을 말했으며, 심지어 자기 집에는 나의 사진이 걸려 있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중국에서 옛 친구를 만난 듯이 매우 기뻤다. 그들은 나에게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두 명의 성인 손님을 외국에서 맞는다는 것은 상호 간에 불편한 일이 될 것이 뻔했기에, 나는 사양하면서 한적한 모텔이면 충분하니 그런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들이 한 중국 대학교 영내에 있는 좋은 호텔로 안내해 줘서 그곳에서 3박 4일 동안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식사는 저녁 시간만 함께했고 아침과 점심은 호텔에서 해결했다. 내가 나흘간 청두에 있는 동안 “낮에도” 매우 어두워서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녔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나흘 동안에 불과 30분도 안 되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니 우리나라야말로 금수강산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신비로운 것은 밭에 심어 놓은 채소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음 날 오후에는 영어 강사가 별도로 성경공부 모임을 갖고 있다는 장소까지 약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달려갔는데, 우리가 들어간 한 건물 안에는 중국인 남녀들이 60명가량 모여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곳에서 카빙턴 형제의 친구인 그 강사가 가르치고 있던 과목은 “세대적 진리”였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외양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더불어 기도하는 요령이나 성경공부의 진수 같은 기초 지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아니게 “세대적 진리”라니... 청중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내용을, 그것도 영어로 말하면서 통역하고 있었는데 실로 큰 효용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청두에 온 목적은 영어를 잘한다는 중국 동포 형제를 만나서 그가 영어 <킹제임스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정작 영어 강사는 자기가 중국에 와서 어떤 사역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려는 의도가 있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보챌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카빙턴 형제를 불러서 그의 친구가 중국 사람들에게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약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영어를 잘한다는 조선족 형제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날 저녁에 했던 성경공부가 그다음 날 오전에도 다른 장소에서 계속되었는데 나는 그곳에 가지 않고 호텔 방에 남아 있었다. 너무 지루해서 방 뒷창문을 열었더니, 그 호텔 식당 직원들이 밥그릇에 반찬을 얹어 놓고 호텔 뒤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이 중국의 보통 직장인들의 삶의 방식이라고 느껴졌다. 한편 청두를 떠나는 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청년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살펴보았으나 그런 인재가 아니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가 신앙 면에서나 언어 면에서 합당한 일꾼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단념하고 돌아왔다. 그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카빙턴 형제에게 그 영어 강사의 오류들을 일일이 성경을 펴서 알려주었고 이후 공항에서 헤어졌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카빙턴 형제를 다시 만났는데 그는 한 장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무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즉 단둥에 있는 빵 공장에서 일하던 10여 명의 종업원 중에 한 형제의 얼굴을 짚으면서, 그 형제가 북한으로 들어갈 때 <한글킹제임스성경>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본 북한 보위부원에게 정체가 발각되어 어딘가로 끌려갔고 결국 며칠 후에는 총살당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그런 나라라는 점을 몰랐던 나는 무척 놀랐고 심장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 사진 속에서 카빙턴이 그의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그 형제의 얼굴은 오래도록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년간 카빙턴 형제에게서 소식이 없었다가, 어느 날 그가 가족과 함께 단둥에서 아침밥을 먹다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이 소식으로 인해 나는 매우 침통했다.

3. 덴마크 출신의 한스 크리스티안(Hans Kristian) 목사가 영어 <킹제임스성경> 세 권을 비닐봉지에 넣어서 러시아 국경을 통과하려다가 발각되어 곤욕을 치른 사건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데이브 헌트(Dave Hunt) 형제가 라는 224페이지 분량의 책에 담았었다. 하나님의 바른 말씀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하나님의 말씀을 함부로 삭제하고 변개시킨 사람들도 있다. 『주의 성도들의 죽음은 주께서 보시기에 값진 것이로다』(시 116:15). 목숨보다 소중한 말씀을 보존하는 성도들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성경의 저자께서 인간들에게 성경을 주신 것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의 지식에 이르게 하시기 위함이었지(딤전 2:4),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의 말씀에 손을 대라는 권세는 주지 않으셨다. 그렇다면 영적 할례를 받지 않은 손을 하나님의 말씀에 대어 그 말씀을 훼손시킨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바로 마귀의 자식들이다. 마귀의 자식들만이 성경을 고칠 수 있다고 여기며 그들 식성에 맞게 하나님의 말씀을 뜯어고치고 있다.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에는 성경 없이 지하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이 성경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라! 우리나라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한글킹제임스성경>을 갖게 되었다. 이 성경은 1994년 4월 12일 출간된 이래로 많은 마귀의 자식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재까지 25만 권 이상 보급되어 왔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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