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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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란 포포프의 <고난 속에서 지킨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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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3년 03월호>

고난은 어떤 것이 되었든지 일단 피하고 싶어 하는 소심한 겁쟁이인 나에게 어느 날 <고난 속에서 지킨 믿음>이 손에 들려졌다. 나는 먼저 책 표지에 있는 가시면류관과 대못 세 개, 망치 그림이 자못 의미심장하다는 첫인상을 받고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읽게 되었다. 그때에는 주인공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고난 속에서 지킨 믿음>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책은 실존 인물의 역사적 기록이며, 주인공은 불가리아의 목사였던 하랄란 포포프이다. 포포프는 공산주의 치하의 불가리아에서 성경대로 믿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13년 하고도 두 달 동안이나 옥고를 치렀는데, 이 책은 배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 돌아오기 힘든 살인적인 현장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생환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긴 증언이자 회고의 간증문이다. <고난 속에서 지킨 믿음>에는 저자 하랄란 포포프가 젊은 시절에 어떻게 구원을 받았는지가 기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복음을 열정적으로 전파하다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잡혀가는 내용도 쓰여 있다. 또한 고문과 박해를 견디며 감옥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시인하였는지 등도 잘 그려져 있다.

큰 박해나 믿음의 시련이라고는 없는, 현대의 자잘하고 흔한 일들 가운데 평범히 살아가고 있는 내가 고난의 ‘고’ 자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독서 초반에는 나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읽기 시작했는데,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 보니 점점 나의 모습이 부끄럽고 송구스러워졌다. 어느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하여 한참 울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함께 고통받고, 한 문장, 한 문장 기도하는 심정으로 숨 가쁘게 읽어 내려가니 단숨에 완독할 수 있었다.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읽었던 나에게 일련의 사건들은 너무도 놀랍고 극적인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의 앞부분부터 몰입할 수 있었고, 아예 일상을 잊고서 포포프 이야기를 어서 끝까지 읽고만 싶을 정도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은 “고난” 장르의 책에는 부적절한 표현이겠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하랄란 포포프는 악랄하고 교활한 공산주의자들이 순수한 그리스도인들을 변절시키려고 어떻게 행했는가를 생생히 보여 준다. 공산주의가 처음에는 얼마나 교활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접근하는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 세력을 장악하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섭게 돌변하는지를 등골이 서늘하게 깨닫게 해 준다. 무슨 죄목이든 덮어 놓은 채 무작정 잡아가서는 날선 질문 공세와 엄청난 고문과 간교한 회유와 협박, 그리고 그에 불응하면 또다시 고문하는 일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오죽하면 차라리 자신을 죽여주기를 포포프가 바랐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하나님께서 제시하신 십자가의 복음을 거절하고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라고 생각할 때, 그리고 동료 인간을 마르크스의 유물론에 입각한 물질적인 가치로만 볼 때, 그런 공산주의자가 얼마나 야수처럼 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들의 잔인성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책을 통해 서늘한 충격으로 맞닥뜨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성도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공산주의자들의 종말이 어떠한가를! 그들은 안개처럼 머물다가 사라지는 인생에서 눈에 보이는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마귀의 도구로서 살아간다. 그들은 공산주의 정부의 하수인이 되어 그리스도인들에게 악랄한 고문을 가해 끔찍하게 괴롭힌다. 하지만 그들의 종말은 어떠한가? 타인의 몸은 죽일 수 있어도 혼은 죽이지 못하는 그들은 결국 혼과 몸을 모두 지옥에 던져 넣으실 수 있는 하나님 앞에서 두려워 떨며 영원한 불속으로 던져질 것이다(마 10:28, 시 9:17). 공산주의자들의 나중 결말과 하나님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선물해 주신 영생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가 겪는 이 땅에서의 고난과 박해와 시련은 잠깐일 뿐, 우리는 공산주의자들이 현세에서 폭력으로 쟁취한 권력과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을 영원에서 누릴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이기는 자들보다 더 나으니라』(롬 8:37).

서문에서 포포프는 교활한 비밀경찰들, 악랄한 고문관들과 간수, 쇠창살과 빈대와 어두움 같은 부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넘쳐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소망을 실었다. 자녀의 고난 속에서도 함께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때때로 기적적으로 그들의 연약함을 힘 있게 붙들어 주시고, 마음에 힘과 위로를 넘치게 부어 주셔서 다시금 믿음의 여정을 지속하며 선으로 악을 이기게 하신다. 포포프는 죄수로 갇혀 있던 감옥에서도 믿음 안에서 인내하며 길을 열어 주시는 대로 복음을 전하여 죄수들의 혼을 그리스도께로 이겨온다. 그는 무자비하고 악한 고문관이나 간수들을 오히려 불쌍하게 여기고 기도해 주기까지 하는데, 이것이 고난 속에서 꽃핀 그리스도인의 진면목이다. 바로 이 점이 주님의 위대하신 사랑의 승리요, 성도의 믿음의 승리가 아니겠는가! 포포프의 소망처럼 하나님의 밝은 사랑의 빛은 세상 곳곳에서 복음 전파자들을 통해 찬란히 빛나고 있다.

<고난 속에서 지킨 믿음>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하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 성도의 영적 양식이요 혼을 만족시켜 주는 생명의 양식인 성경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포포프는 오랫동안 영적인 굶주림에 시달리다 페르신섬에서 스토일이라는 자에게 가진 돈을 모두 주고 신약성경을 구한다. 언젠가 곧 뺏길 것이 뻔하므로, 들키기 전에 할 수 있는 한 성경의 많은 부분을 암기하리라 마음먹고 무려 47개의 장을 암기해 거의 “걸어 다니는 신약성경”이 되었다. 그동안 영적 양식에 얼마나 굶주렸던지 온 마음으로 탐독하며 부지런히 외운 것이다. 그리고 이 일로 동료 죄수들을 구령하고 양육하는 포포프의 감옥 사역이 번창했다. 유물론자들은 눈에 보이는 성경책을 빼앗아 불태우면 그 말씀이 사라지리라 생각했지만, 그 원본이 셋째 하늘에 영원히 세워진(시 119:89) 주의 말씀은 공산주의자들의 압제 속에서도 포포프 목사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역사했다.

책을 덮으며 현실로 돌아와서도 생각이 깊어졌다. 어느 한 사람의 경험으로 이 책이 끝나 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 중이며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자유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시인하는 공개적인 집회를 가질 수 없어 비밀리에 예배드리고, 군데군데 불탄 성경이라도 뛸 듯이 감사하며 열심히 베껴 적은 불가리아 그리스도인들의 비극적인 현실이 잊히지가 않는다. 불가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박해받는 교회들에 속한 지체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된 형제자매들인데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은 내가 몹쓸 죄인으로 여겨졌다. 하나님의 말씀에 갈급해 하는 그들의 믿음에 도전을 받고, 부족한 내게 진리의 성경을 주신 하나님께 고개를 숙여 감사를 드린다. 또한 그들 모두가 온전한 성경을 갖게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찾아올지라도 한없는 사랑을 먼저 베풀어 주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배신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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